막연한 기대감. 우울하고 힘든 날에도 어렴풋이 생각했던 내 창창한 미래.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는 모르지만 나한텐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내 삶이 좀 좆같지만 언젠가는 잘 풀릴 거라는 거. 과제 마감 기한을 놓쳐버리는 한심한 짓을 반복하면서도 언젠가는 꾸준하고 성실한 내가 나타나 모든 일을 성숙하게 처리해줄 거라는 생각. 매번 안정적인 애정관계를 이어가는데 실패했지만 어느날 진정한 사랑을 찾을 거라는 생각.
사실 남들이 보면 망상에 가까운 생각이다. 앞뒤가 안맞는다. 지금 엉망진창으로 사는데 왜 미래가 좋아질 거라 생각할까? 나는 왜 계속 내 인생에 대한 부푼 희망을 가지고 있을까? 누가봐도 간신히 인간구실하고 살아가고 있는 애를 "저희 애가 아직 제대로 시작을 안해서 그렇지 진짜 괜찮은 애에요"라고 당당히 소개하는 순진한 엄마마냥 내 인생 눈가리고 아웅 중. (참고로 진짜 우리 엄마는 저런 얘기 안했음)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인식한 문제는 "현재 노력을 안하고 여건이 안되는데 미래에 잘 될 거를 기대함"이니까, 첫째로 노력을 하는 방법이 있다. 근데 그건 나 못하겠다. 내가 여태까지 뭘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뭘 이뤘는지 딱히 내세울 건 없지만 나는 지쳤다. 지금 뭔가를 열심히 한다? 저보고 지금 죽으라는 건가요?^_^
두번째로 그냥 뻔뻔하게 계속 그대로 사는 거다. 그냥 막연히 내가 잘될 거라 생각하고 계속 쉬어가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좀 더 본다고 인생이고 세상이고 안무너진다. 내가 지금 좀 시간을 낭비한다고 10년 뒤에 내가 빛나지 못할 이유 없다. 황당한 얘기지만 나는 20대인데 이런 희망을 가지고 뻔뻔하게 사는게 더 어울리지. 내가 여기서 "아 진짜 나는 안될 놈이고 나는 엉망진창이고 내 인생 끝났다" 이 생각에 빠지고 거기서 내가 바뀌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진짜 불행 스타트다. 그냥 나한테 좀 더 관대해지고 적당히 비합리적인 낙천적인 생각으로 사는게 최선이다. 그리고 말이야 진짜 쉬고 아무것도 안한다고 하지만 진짜 아무것도 안하는 K-20대는 흔치 않다. 나도 깔짝거리는 거기는 하지만 공부를하고 있다.ㅋㅋ 아무튼 쉬면서 조금씩 기력이 생길 때마다 뭐든 하고 싶은 일,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다. 힘내라 나 자신...지금 좀 대책없어 보여도 괜찮다.
매번 시작만 하고 제대로 지속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공부, 취미, 연애 등)
나도 잘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 진짜 잘하고 싶었는데 아무튼 망쳤다.
또 시작하고 망치겠지만? 그래도 한번은 잘 될 수 있잖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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